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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목터널증후군 진단을 받은 후
처방 목록 중에 가장 낯설었던 건
‘손목 지지대’였습니다.

약이나 물리치료는 익숙하지만
손목에 뭔가를 끼고 자거나
하루 종일 차고 있는 건
처음이라 솔직히 반신반의했죠.

처방받은 지지대는
손목이 꺾이지 않도록
안쪽에 얇은 금속 막대가 들어 있는 형태였습니다.
착용했을 때 손목을 고정시켜줘서
움직임이 크게 제한되는 느낌이었죠.

낯설긴 했지만
의사의 말대로
자는 동안 착용하기로 했습니다.
처음 며칠은 불편해서
한밤중에 벗고 싶을 때도 있었는데
일주일쯤 지나자 조금씩 익숙해졌습니다.

무엇보다 놀랐던 건
아침에 손 저림이 훨씬 줄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기존에는 자고 일어나면
손끝이 찌릿하거나 감각이 무딘 느낌이 있었는데
지지대를 착용하고 나서는
그 증상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낮에도
오랜 시간 컴퓨터를 써야 할 일이 있을 때
지지대를 착용한 채로 일해봤습니다.

확실히
무의식적으로 손목을 꺾거나
과하게 사용하는 일이 줄더군요.
지지대가 그걸 막아주니까
스스로도 의식하게 됐고
손목에 힘을 덜 주게 되니
피로감이 확실히 덜했습니다.

다만 불편한 점도 있었습니다.
기계작업처럼 손목을 자주 움직여야 하는 일을 할 땐
지지대가 방해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 작업이 많을 땐
잠깐 벗어두고
평소에는 가능한 한 자주 착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또한 너무 꽉 조이면
혈액순환에 방해가 될 수 있다는 걸
직접 느끼기도 했고요.

손목 지지대는
약이나 물리치료처럼 눈에 띄는 변화가
즉각적으로 느껴지진 않지만
지속적으로 착용하면 분명 차이가 생긴다는 걸
저는 경험을 통해 알게 됐습니다.

초기 증상이 있을 때
하루하루 누적되는 손목 사용을
‘차단’해주는 도구로써
지지대만큼 단순하고 효과적인 방법은
거의 없는 것 같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