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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도 평소처럼
노트북 앞에 앉아 일을 시작했습니다.
몇 시간째 마우스를 쥐고 있던 손에
묵직한 통증이 올라오기 시작했죠.

처음엔
‘오늘따라 피곤한가 보다’
‘잠깐 쉬면 낫겠지’
대수롭지 않게 넘겼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손끝이 저리고, 감각이 흐려졌습니다.
문서 하나 넘기려 손을 움직이는데
버벅이고, 물건을 쥐는 힘이 빠졌죠.

그때부터 불안감이 몰려왔습니다.
'설마 내가 손목터널증후군인가?'

다음 날, 병원에서 들은 말은
“이미 진행된 상태라 바로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는
냉정한 진단이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건
통증보다도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든다’는 두려움이었습니다.
마우스를 오래 잡지 못하고,
손글씨도 예전처럼 쓸 수 없고,
아이 도시락을 싸려다가
칼을 제대로 쥐지 못해
남편에게 도와달라고 부탁했던 날엔
왠지 모를 자괴감이 밀려왔습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한밤중에 잠에서 깬 순간이었습니다.
손이 저려서 눈을 떴는데
감각이 거의 없어
휴대폰을 잡기도 힘들었습니다.

그 순간,
‘내가 이대로 손을 못 쓰게 되면 어떡하지?’
그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고
눈물이 고였죠.

그날 이후로는
하루도 그냥 넘기지 않았습니다.
지지대도 꾸준히 착용하고
스트레칭도 빠뜨리지 않았습니다.
음식도 염증 줄이는 쪽으로 바꾸었고요.

지금도 가끔 손이 뻣뻣하고
많이 쓰면 욱신거리긴 하지만
예전처럼 밤에 깨어나지는 않습니다.

손목터널증후군은
단순히 손목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일상 전체가 흔들리는 경험이었고
그걸 이겨내려면
단순한 치료뿐 아니라
습관과 마음가짐까지
전부 바꿔야 한다는 걸 절실히 느꼈습니다.